2010년 11월 22일 월요일

다 컸다는 것은 완전한 착각

10. 11. 22 (월)

업무를 하던 중에 마무리는 내일 하자, 집에 가서 하자는 식으로 사무실에서 농을 쳤다. 신입사원이 선배들 다 있는 자리에서 할 소리는 아니었으니 그걸 들은 선배에게 결국 한 소리를 들었다.

집에 오는 길에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비슷한 일로 후배를 혼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녀석에게 미안하고 내 얼굴이 붉어졌다.  

사건은 같은 섹션에서 일하던 후배와 다른 섹션을 찾아가서 업무협조를 요청했을 때 였다.
휴일을 앞두고 있었고, 마침 찾아간 섹션에서는 업무처리를 당장 해주고 싶지 않은 눈치를 보였다. 우리는 우리대로 사정이 급하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사정하여 그 날 일을 처리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.(던걸로 기억한다.)

같이 갔던 후배와는 일상적으로 일하기 싫다고 서로 농담을 하던 사이였는데, 그 후배는 늘 하던대로 농담을하였고 반면에 난 사정사정하고 있는 상황이 었기 때문에( 적어도 내 판단에는) 후배가 농담하는 상황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다.

결국 그 자리를 빠져나와서 후배 녀석에게 화를 내면서 몰아세웠는데, 그 때 당황해하며, 약간은 억울해하며,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던 얼굴이 오늘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읽고 있던 신문의 활자들 위로, 창밖을 스치는 역 사이의 검은 벽 위로  불쑥 튀어나오고,

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으로 걸어 올 때는 그 때 그 후배에게 화를 낸 것이 철저하게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나만의 판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.

다 컸다는 생각은 그저 애들이 자기가 어른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꼴하고 똑같았던 것이다.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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